나한테도 가족이 있을가? — 성국이를 만나고나서 / 화룡고중일본학우회

화룡고중2학년재학중 일본국제교류기금회를 통해 일본에 온 성국이를 만난건 20여년만에 재등륙한 태풍이 일본렬도를 발칵 뒤집어놓은 이틀후의 늦은 저녁이였다. 178cm훤칠한 키,애티가 다분한 귀여운 얼굴, 그런데 요즘 애들치고는 드물게 너무 말라서 같이 있는내내 마음이 편치않았다.

그냥 편식해서 그럴수도 있는데 펑하고 구멍뚫린 가슴한구석에 거세찬 태풍이 스쳐지나간것마냥 자꾸 시리고 저렸다. 성장기랍시고 엄마아빠한테 대들기도하고 삐딱하기도 하면서 미운 어리광을 부릴나이, 아무리 말썽부리고 미운짓해도 우리에겐 항상 따뜻하게 품어주고 다독여주는 태산같은 부모님이 계셨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것을 아주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국이는 달랐다. 아직 아빠란 단어도 익숙하지않던 1살때 군대에서 제대한지 얼마안되던 아빠가 백혈병으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3살때 먼사연인지는 모르나 엄마마저 가뭇없이 종적을 감췄다. 온 세상사랑을 독차지해도 부족할 그시절에 어린 성국이는 그렇게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두사람을 잃었다……

그후 성국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몫이였다. 그런데 7살되던해, 하늘같이 믿던 할머니,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작은할아버지랑 살게되면서 투도에서 화룡으로 오게 되였다. 허나 불행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투병중이던 작은할아버지까지 9살짜리 성국이를 홀로 이세상에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70억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이 지구덩어리에서 단 한명의 친인도 없는 외로운 꼬마, 하늘이 무너진다한들 이보다 더 참혹하랴! 9살짜리 꼬마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참혹한 현실…… 억장이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감당하고있는 성국이한테 사랑의 손길을 내미신분이 바로 리문철 고아원원장님이시다. 1974년부터 불우이웃돕기를 시작하신 이원장님은 <<간부라면 초유록처럼, 평민이라면 뢰봉처럼>>을 신조로 사회지원 한푼받지않고 곰기르기, 석탄장사, 모래장사, 인테리어등 굳은일 마른일 가리지않고 다 해가면서 자신의 혼자힘으로 현재까지 200명의 약소군체들 도와나선 전국적으로 수차 표창받으신 연변의 자선왕이다. 많은 어린이들이 갈곳없는 방랑아에서 어엿한 대학생이 되기까지, 사회의 비난을 받던 청소년범죄자들이 사회의 유용한 일원으로 되기까지, 버림받은 정신질환환자들의 회복치료까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을 스쳐지나는법이 없었다. 얼핏 보기엔 너무나 틀리는 인생들이였지만, 이들한테 공동으로 필요했던건 오직 하나! 바로 누군가의 진심어린 사랑이였다…

나라도 신도 못해내는 수많은 기적들을 창조해내신 리문철원장님의 슬하에서 꼬마성국이는 어느덧 어였한 고중생이 되였다. 그리고 이번에 모든 경쟁적수를 물리치고 연변의 유일한 대표로 일본국제교류기금회에서 주최하는 청소년유학생으로 뽑혀 미야자끼의 고중에서 일년간 교육을 받게된다. 이것은 갖은 난관을 용케 이겨나가면서 꿋꿋하게 버텨준 성국이한테, 그리고 성국이한테 두번째 삶을 선사하신 리문철아버님한테 주신 하늘의 선물이 아닌가 싶다.

비록 일본오기까지의 두번의 북경행 경비와 일본에서의 생활비가 요즘 넉넉치못한 이문철원장님한테 큰부담으로 다가온건 사실이지만 자식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불편한 몸으로 장거리기차도 마다하지않고 기꺼이 북경까지 바래다주셨다. 일본정부에서 지급받는 생활비는 한달에 5천엔이라고 한다. 통신비며 교통비, 일상용품같은건 자기절로 해결하는 상황이며 올때도 몇푼 못들고 온지라 응당 날듯이 기뻐해야할 이번 행사에 성국이는 내내 어두운 얼굴이였다고 한다. 원장님이 돈을 마련해서 보내드린다고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화룡고중일본학우회가 화려한 탄생을 마치고 꼭 한달만에 이루어진 성국이와의 만남, 과연 우연이였을가? 창립파티 프로그램 뒷면에 씌여졌던 구절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더운 여름엔 시원한 그늘이 되여주고 추운 겨울엔 따뜻한난로가 되여주는 우리 모두의 집같은 학우회를 꾸려갑시다!

성국이와의 첫만남 2018.9.6 시나가와에서

글 / 송미란

성국이한테 조금이라도 힘이되고싶은분들은 아래계좌(화룡고중일본학우회공식계좌)를 이용해주십시오.

ゆうちょ銀行 〇一八支店 普通) 9301152 

和龍市高級中学校日本校友会(ワリュウシコウキュウチュウガッコウニホンコウユウカ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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