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우리들의 사는 이야기 49] 불효자는 웁니다 by 윤정화

낭독으로 들어보세요

본 문장을 낭독으로 만나보세요. 아래 재생버튼을 클릭하여 들어보세요.

낭독 / 장련, 음악편집 / 변소화

불효자는 웁니다

글 / 윤정화

불러 봐도 울어 봐도 못 오실 아버지를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도

다시 못 올 아버지여 불초한 이 자식은

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

손발이 터지도록 피땀을 흘리시며

이국에 우는 자식 금의환향 바라시며

고생하신 아버님을 끝끝내 못뵈옵고

산소에 엎드려서 한없이 웁니다

2019.8.31아침7시, 영상전화의 벨소리에 나는 잠이 깼다.

잠결에 얼떨떨하게 전화를 받으니 엄마였다.

“정화야! 빨리 아버지 좀 봐라! 아버지가 아까부터 의식이 없는 것 같다…”

청천벽력을 맞은 듯이라 하기 보다는 반응할 새도 없이 난 아버지 모습을 핸드폰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창백한 아버지의 얼굴은 잠자는 천사같이 너무 편안해 보였다.

당뇨병으로 오랫동안 앓고 있었던 아버지는 과거에도 혈당이 낮아지면 의식을 잃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매번마다 엄마가 사탕을 입에 넣거나 혈당을 올리는 조치를 하면 아버지 의식은 다시 꼭 돌아왔었다.

“아버지! 아버지! 정신차리세요!”나는 큰 소리로 아버지를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화면이 엄마로 바뀌며 빨리 구급차를 불러야겠다고 엄마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통화시간 1분정도였다.

전화를 놓고 문뜩 벽에 걸린 달력날짜가 8월31일이 아닌 9월1일으로 되어있는 것이 눈에 띄였다. 8월31일은 내가 일본에 첫 발을 내딛은 날. 일본에 온 기념일인데 왜 이날의 달력을 미리 찢어버렸는지 모르겠다. 무의식중에 그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느꼈을 걸가…

엄마의 전화가 다시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머리속에 자꾸 불길한 생각이 스쳐지나가지만 그럴때마다 나의 귓가에 들리는 또 하나의 속삭임‘아니다. 아니다. 절대 아니다. 아버지의 얼굴이 평소와 똑같아. 아니, 평소보다 더 편안한데. 무조건 아닐거다…’

빠르게 차오르는 눈물이 쉼없이 흘러내려 흰눈같이 하얀 쌀가루반죽 위에 떨어지고 있다. 아버지와 나의 많은 추억들이 그 사이에 하나하나 주마등처럼 내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언젠가는 내가 직접 만든 백설기를 아버지에게 맛보게 해주고 싶었는데 결국은 평생의 한이 되어버렸다.

그때 백설기떡을 왜 만들어야 했는지?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내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마음으로는 날개가 생겨 날아서라도 당장 엄마아버지의 곁으로 가고 싶었지만…아직 비행기표를 사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도 할 수가 없는게 너무 힘들었다. 뭔가를 꼭 해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떡을 찌고난 후 나는 그냥 발걸음이 향하는 데로 아버지가 좋아하실듯한 시마무라악기(島村楽器)점으로 향했다. 색스폰관련악보랑 음악관련 소품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쇼핑백에 넣었다. 떡을 찌고 악보를 사는 것…아무 쓸모가 없는 두가지 일을 마치고 나는 다시 집에 영상통화를 하였다…엄마의 통곡소리와 함께 눈에 들어오는 익숙하지 않는 장면과 아버지의 제사상. 내 상상과는 달리 너무 충격적인 너무 초라한 광경이였다. 아니다…내가 상상한 화면은 이게 아닌데…아닌데…

9월1일 가장 빠르게 귀국할 수 있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우리 가족은 공항으로 이동을 했다. 이날따라 안타깝게도 태풍원인으로 배행기의 출발시간이 계속 연장이 되고 있었다.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공항직원에게 다른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묻기도 했지만…속수무책이였다…미리 귀국을 하지 않은게 너무 후회가 되고 안타까웠다.

아들이 없는 우리 집에서 장녀인 나지만 결국은 날짜가 바뀐 2일날 새벽에야 집에 도착을 하게 되였다. 한국에서 오신 친척들보다도 늦게 마지막에 도착한 나는 정말 면목이 없었다…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나는 목구멍에 차오르는 자책감과 발목을 잡아내는 죄책감이 온몸을 내리누른는 것을 느꼈다.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고…효도를 많이 못해 드려 미안하고…아플 때 많이 돌아오지 못해 미안하고…엄마 고생시킨다고 화를 내서 미안합니다…’

그 시각부터 불효자란 낙인이 내 마음속 깊이 찍혔다. 그래 난 불효자다.

내가 일본에 온 날과 같은 8월31일에 아버지는 영생을 얻게 되였다. 왜 하필 같은 날에 가시는지…불효자로 되어버린 나에 대한 하늘이 준 벌인가?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오랫동안 내 마음을 괴롭히고 있었다. 지금 다시 돌이켜 보면 어쩌면 아버지는 내가 일본에 온 그날부터 이 모든 것을 다 예측했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일본에 온 그날부터 불효자란 낙인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각오했어야 했다.

장례식날…날씨는 맑고 개이였다. 일년에 수십번이나 입퇴원을 반복했던 아버지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안식처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늘도 응원을 해 주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색스폰 악보랑 악기관련 소품들을 같이 태워보내며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자상한 아버지가 웃어 주는 것 같았다. ‘다재다능한 아버지 딸로 태여나게 해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오는 2022년8월31일은 내가 일본에 온지 만 20년이 되는 날…학업 위해 삶을 위해 20년동안 정말 열심히 달려왔지만 힘들 때는 항상 아버지의 웃는 모습이 떠오르고 항상 하늘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걸 느낀다. 자식으로서 이국타향에서 사는 인생을 선택했다는 것은 불효자의 길을 선택한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아버지가 그랬듯이 나도 자식들이 선택 한 길이라면 어떤 길이든 응원할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코로나가 터져 한번도 산소에 갈 수 가 없었지만 항상 그립고 생각이 난다. 올해 8월31일도 난 흰국화 꽃을 사놓고 아버지가 좋아했던 트로트 노래‘불효자는 웁니다’를 들으며 아버지를 추모하겠다.

2022년8월

아래 내용을 클릭하시면, 협찬기업 리스트, 협찬개인 리스트, 협력단체 등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주식회사 A-YO상사(Caraz) : 전심혁 사장
2. 전일화부동산협회: 金山張虎 회장 
3. 글로벌일통 주식회사: 권호군 사장
4. 주식회사 에무에이: 마홍철사장
5. 주식회사 아시안익스프레스: 리룡식 사장
6. 주식회사 G&T: 박춘화 사장
7. 주식회사 플램핫: 리승희 사장
8. 쉼터물산: 김정남 사장
9. 주식회사 베스트엔터프라이즈: 리성호 사장
10. 삼구일품김치: 리성 사장
11. 시루바포또 유한회사: 서성일 사장
12. 주식회사JCBC: 엄문철 사장
13. 동화(東和)솔루션엔지니어링구 주식회사: 최장록 사장
14. 마즈도향양양(松戸香羊羊): 권룡산 사장
15. 주식회사 타겐고시스템연구소: 김만철 사장
16. 주식회사 위츠테크놀로지: 전호남 사장
17. 주식회사 HANAWA: 리성룡 사장
18. 주식회사 아후로시: 上田一雄 사장
19. 주식회사 PLZ: 박금화 사장
20. 스튜디오 아키라: 변소화 사장
21. 카바야한방연구소: 로홍매 소장

1. 최우림 박사: 중국농업대학 박사, 전일본중국조선족련합회 부회장
2. 장경호 회장: 신일본미술협회 심사위원, 연변대학일본학우회 회장
3. 김광림 교수: 일본니가타산업대학교 교수, 일본도쿄대학교 박사
4. 리대원 회장: 재일장백산골프우호회 회장
5. 박춘익 사장: 주식회사BTU 사장
6. 리숙 사장: 주식회사미사끼(実咲) 사장
7. 최운학 회장: 일본훈춘동향회 회장
8. 구세국 회장: 재일조선족배구협회 회장
9. 박진우 본부장: 金子自動車 본부장 南越谷점장 국가2급정비사

일본조선족문화교류협회 계좌안내:
銀行名:三菱UFJ銀行 日暮里支店(普) 0554611
名義:一般社団法人 日本朝鮮族経済文化交流協会
【ニホンチヨウセンゾクケイザイブンカコウリユウキヨウカイ】

후원과 협찬에 관한 문의는  일본조선족경제문화교류협회 메일주소로 보내주세요.

메일주소:info@jkce.org

후원금과 협찬금은 입금을 확인한 후【一般社団法人 日本朝鮮族経済文化交流協会】명의로 령수증을 발급해드립니다.

[ 응모글 55 ] 길 by 최리경

[ 응모글 54 ] 다시 만납시다 by 김건

[ 응모글 53 ] 딸 반성문 by 전익순

[ 응모글 52 ] 피보다 더 끈끈한 정 by 박은화

[ 응모글 51 ] 한 여름날의 꿈 by 김은혜

[ 응모글 50 ] 촤충우돌 한국 생활 by 김경애

[ 응모글 49 ] 불효자는 웁니다 by 윤정화

[ 응모글 48 ] 예순, 새로운 출발점에서 by 고송숙

[ 응모글 47 ] 산책만필 by 김춘식

[ 응모글 46 ] 여기 있었네 보물이 … by 최정실

[ 응모글 45 ] 기잡이 by 최우림

[ 응모글 44 ] 서울 블루스 by 박은자

[ 응모글 43 ] 일본에서 쓰는 아리랑의 노래 by 김광림

[ 응모글 42 ] 내 사랑스런 제자에게 by 김미향

[ 응모글 41 ] 모국방문 여행기 by 사토우 시오리

[ 응모글 40 ] 타향살이 by 허은주

[ 응모글 39 ] 삶의 무게 by 배영춘

[ 응모글 38 ]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by 조옥순

[ 응모글 37 ] 딸애의 빛나는 청춘 by 정진

[ 응모글 36 ] 택시 by 김무성

[ 응모글 35 ] 약속시간 by 강희선

[ 응모글 34 ] 간병인의 수기 by 김은실

[ 응모글 33 ] 자유로운 나날들을 꿈 꾸며 by 박수영

[ 응모글 32 ] 남편의 좌충우돌 창업기 by 김복설

[ 응모글 31 ] <개구리>들의 사색 by 김화

[ 응모글 30 ] 솔파도는 바닷바람에 놀고 • 련봉산 by 강선화

[ 응모글 29 ] 우린 꿈을 위해 달리고 있을 뿐이고 by 림연춘

[ 응모글 28 ] 아부이야 by 최화숙

[ 응모글 27 ] 울 줄 모르는 사람은 웃을 줄도 모릅니다 by 오기활

[ 응모글 26 ] 딸아이와 우리글 공부 by 허해란

[ 응모글 25 ] 나와 천사들 by 허순애

[ 응모글 24 ] 벚꽃 엔딩 by 정춘미

[ 응모글 23 ] 우리 아리랑을 위하여 by 리광식

[ 응모글 22 ] 나는 조선어문 교원이다 by 김경희

[ 응모글 21 ] 희비로 반죽된 어머님의 80 성상 by 방금숙

[ 응모글 20 ] 숟가락에 비친 사랑의 미소 by 김춘녀

[ 응모글 19 ] 형님과의 대화 by 방홍국

[ 응모글 18 ] 산은 언제나 그기에서 … by 량춘옥

[ 응모글 17 ] 20대의 끝자락 by 김홍련

[ 응모글 16 ] 위대하지 못한 유산 by 장범철

[ 응모글 15 ] 한국에서의 직장생활 수기 by 리해월

[ 응모글 14 ] 열정이 이끄는 나의 삶 by 박향화

[ 응모글 13 ] 담배한곽 by 금룡

[ 응모글 12 ] 가족사진 변천사 by 허순옥

[ 응모글 11 ] 고향의 어머니를 그리며 by 박경옥

[ 응모글 10 ] 지금 나는 아이와 함께 성장중 by 황해금

[ 응모글 09 ] 내 친구들에게 by 조려화

[ 응모글 08 ] 뉴질랜드에서의 그때 by 남철우

[ 응모글 07 ] 새벽에 온 문자 by 황은실

[ 응모글 06 ] 엄마의 마음 by 현애옥

[ 응모글 05 ] 매화꽃 편지 by 최상운

[ 응모글 04 ] 호주에서 힐링하는 여자 by 리의정

[ 응모글 03 ] 천평 by 리홍화

[ 응모글 02 ] 저녁노을 by 태명숙

[ 응모글 01 ] 아침바람 찬바람에 by 최금화

쉼터미디어는 微信公众号가 아니므로 위챗 아이디로 직접 코멘트를 달 수가 없습니다.

코멘트를 발표하려면 상기 그림에 표기된 것처럼, 1, 2, 3의 필수내용이 다 적혀져야 4를 클릭해서 발표할수가 있습니다.

필수내용설명:
1. 문장독후감
2. 자신의 성명(실명 혹은 필명 모두 됨)
3. 메일주소
4. 상기 세 내용을 다 입력했을 경우 클릭하여 발표.

자신이 코멘트를 쓰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쓴 좋은 코멘트가 마음에 든다면, 엄지손가락을 눌러주세요.

Subscribe
Notify of
guest
1 Comment
most voted
newest oldest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수화
수화
2022년 9월 8일 12:32 오후

웃어서 살아라
믿음을 갖고 소중한 가족들 과 같이 화이팅(╹◡╹)♡

1
0
재미있었나요? 생각을 코멘트로 남겨주세요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