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우리들의 사는 이야기 36] 택시 by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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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 장련, 음악편집 / 변소화

택시

글 / 김무성

君不见黄河之水天上来,奔流到海不复还。

君不见高堂明镜悲白发,朝如青丝暮成雪。

휴대폰 스크린이 밝아지며 억양이 쨍쨍하고 힘찬 베이징 오페라 창(唱)이 울린다.  밝아진 휴대폰 스크린의 빛에 그 옆 베개를 베고 있는 까까머리가 나타난다. 까까머리가 기웃해지면서 한 손이 핸드폰으로 더듬어 가 스크린을 대고 위로 슬쩍 올린다. 음악소리가 꺼지고 방안은 다시 조용해지는 듯하는데 창밖 어딘가에서 재잘재잘 새소리가 들려온다. 두툼한 커튼을 사이두고 창밖은 이미 밝아진 모양이다.

일어나야지. 출근해야지.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들여보았다. 여섯 시 팔 분. 삼십 오 분에 집을 나서면 되니까 아직 이십여분 있다. 어제 밤, 아니, 오늘 새벽 한 시 넘어서야 잠을 청했으니 너무 고단하다. 조금만 더 누워있자. 그는 앉았던 자세 그대로 조각상처럼 옆으로 넘어졌다. 

월요일 아침은 항상 피곤하다. 토요일 일요일 이틀동안 휴대폰 알람 필요없이 실컷 자고 쉬었으면 지난 닷새동안 출근하면서 쌓였던 피로가 풀려야 하겠지만 도리어 정반대였다. 이튿날 다시 출근해야 할 생각에 일요일 밤잠을 항상 설치는 것이었다. 난생 다녀보지 않았던 공장에서 기계와 동반하고 더구나 또라이 같은 반장의 시달림을 받을 것을 생각하면 정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지. 편히 놀러 온 것도 아니고 돈 벌러 왔는데 고생 좀 하는 거야 당연한 것이 아닐 가.

한참동안 누워있던 그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아차! 여섯 시 삼십 팔 분이었다. 늦었다!  정확하게 여섯 시 사십 오 분에 출발하는 공장 셔틀버스를 놓치게 되었다. 아무리 서둘러도 출발장소까지는 십 분이 걸리니까 할 수가 없었다.

무슨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지!? 잠간 누워있은 것 같은데. 이걸 어쩐 담?

택시 타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이 참에 아예 은행일이나 보고 가야겠다. 어차피 택시 타고 가야 할 것이니 먼저 볼 일이나 보고 가자.

두 주일 전 친구가 왔다 가면서 그 더러 신용카드를 만들라고 권유했었다. 카드를 쓰면서 금융신용을 쌓으면 좋을 것이라고. 혹시 나중에 한국에서 차를 사든지 집을 사든지 하더라도 신용이 좋으면 편리할 것이라면서. 도리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은행은 영업시간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여서 공장 출근시간과 충돌되었다. 연차를 쓰면서 일부러 시간을 내야 했는데 오늘 마침 택시 타고 출근해야 하니 차라리 조금 지각한다 치고 은행일이나 보고 가기로 맘 먹었다.

“김반장, 오늘 갑자기 개인사정때문에 좀 지각해야 겠습니다. 롤 바꾸기 전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전화하려다 말고 카카오톡으로 문자 메세지를 남겼다. 지금 이 시간이면 공장과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는 반장은 아마 아직 자고 있을 것이다.

그는 다리를 펴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은행은 아홉시에 영업 시작이니 여유시간이 많았다. 한 시간쯤 더 자고 된장국 끓여서 밥도 먹고 여덟 시 사십 오 분쯤 출발하면 된다. 

아이구, 이렇게 편할 수가! 매일마다 한 시간만 늦게 출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여덟 시 사십 오 분이 되어 그는 집을 나섰다. 걸어서 십 분이 안되어 농협은행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은행 유리문에 “코로나 원인으로 영업시간을 아홉 시 삼십 분으로 조절함을 양지바랍니다” 라는 공고가 붙여져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늦게 나왔을 걸. 

은행일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어디서 출근하세요?” “HJ스틸이면 제조업이겠네요?” “농협의 통장은 가지고 계십니까?” 등 몇 가지 간단한 물음에 대답하고 서류에 싸인 하고 비번을 설치하고 이십 분쯤 되어 끝났다. “카드는 한 주일내로 남기신 주소로 배달될 겁니다. 가기 전 메세지가 갈 겁니다. 농협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 마스크를 끼고 있었지만 은행 여직원의 밝은 두 눈 더불어 친절하고 따뜻함이 잘 안겨왔다.

이젠 택시 잡아야지. 아홉시 오십 분. 열 시 반쯤 에는 공장에 도착할 수 있겠구나.

그런데 택시 잡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십여 분쯤 지나서야 택시를 탄 그는 “입장으로요” 하고는 휴대폰 네이버 지도로 HJ스틸2공장을 검색하여 자세한 주소를 기사님에게 보여드렸다.

“불러주세요. 운전하면서 보기 좀 불편해서요”

기사님은 라디오 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한눈에 보아도 예순 넘어 보이는 노인 기사님이였지만 예법을 썼다. 그 목소리 또한 노인 답게 차분하고 부드러웠다.

“예. 서북구 입장면 삼사로 1979요”

기사님은 천천히 운전하면서 네비게이션에 문자를 입력했다.

“나오지 않네요. 이게 새로 설치된 것인데 아직 좀 능숙치 못해서…혹시 지번은 없는가요?”

“예. 유리 313 다시 14요”

그는 도로명 아래에 나타나 있는 지번을 보며 말했다. 기사님은 다시 지번으로 검색해보았다. 검색되었다. 

“나오네. 이거 고속도로 타면 되겠구나” 기사님은 혼자 말로 중얼대듯 말했다. 그리고는 후시경으로 뒤 좌석에 앉아 있는 그를 한번 보더니 “그쪽은 다 공장들인데 지금 출근하시는 거예요?” 하고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기사님, 그 곳까지 얼마쯤 걸리겠습니까?”

“한 이 십여 분쯤 걸리겠지요. 이제 고속도로 타면 바로 갑니다. 출근이 몇 시인데요?” 천안 특징이라 할가 기사님의 억양은 뒤끝이 위로 좀 올라가는 편이었다. 마치 중국 요녕성 서부의 말투처럼.

“출근은 여덟 시인데 일을 좀 보고 가느라고 늦어졌습니다”

“그럼 좀 빨리 달려야 겠구만요”

“아니 괜찮습니다. 평소처럼 달리시면 됩니다”

“혹시 선생은 북쪽에서 오셨는가요?”

“예. 중국 심양에서 왔습니다”

“중국? 오, 그렇구만요. 글쎄 말씨가 북쪽 같아 보이시길래…”

“중국에 가 보셨습니까?”

“가 봤지요. 백두산도 가보고 장가계도 가보고”

“그렇습니까? 많이 다녀 보셨네요. 백두산 가셔서 천지 보셨겠습니다?”

“보았지요. 경치가 참으로 웅장하고 멋있었지요. 과연 대륙은 대륙이지요”

“저도 백두산을 여러 번 가 보았습니다. 한국 오기전 여행사를 했었거든요”

“그래요? 그럼 어떻게? 오 그렇지. 지금은 코로나때문에 관광이 다 막혔겠지요”

“예. 여행사는 다 문을 닫았습니다”

“한국엔 언제 오셨는가요?”

“작년 륙월 말에 왔습니다”

“그럼 일년이 되었겠구만요. 여행업을 하시다가 공장 다니시면 쉽지 않지요? 일은 할 만하신가요?”

“글쎄요. 쉽지는 않습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옹기종기 낮은 산들이 보였고 그 위로 물고기 비늘처럼 곱게 무늬를 이룬 흰구름 더불어 맑고 푸른 하늘이 보였다. 공장도 이처럼 멋있는 곳이면 얼마나 좋으랴.

“공장에서는 무슨 일 하시는가요?” 기사님은 후시경을 보며 또 물었다.

“HJ스틸이라고 스틸 파이프 만드는 데서 포장 일 합니다”

“스틸 파이프? 위험하진 않으신가요?”

“위험하진 않습니다. 물론 조심은 해야지요”

공장에 출근해서 열흘쯤 되었을 때 일이 생각났다. 작은 철봉으로 파이프를 돌려 직선여부를 확인할 때였었는데 경험이 없는지라 그만 파이프를 밀어주는 퓨셔에 손가락 하나가 걸렸다. 인차 빼내기는 했지만 무명지 살이 찢기고 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같은 심양 사람인 한 라인 동료가 인차 부스실에 데리고 가서 붕대로 감아주었지만 피가 막 새나왔다. 병원에 가야 될 것 같아 함께 반장한테 가 보이니 반장은 “일을 뭐 혼자 다 한 거 같구나” 하는 것이었다. 참 어이가 없었다. 결국 사무실 직원의 동반으로 병원에 갔다 오긴 했는데 두 바늘 꿰 메고 그 길로 돌아와 계속 일을 했었다.

“나두 젊었을 때 공장에서 일을 해봤는데 참 쉽지가 않지요. 지금은 법적으로 많이 단속하니까 좋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공장에서 일하기가 쉽지 않았지요. 특별히 금방 다닐 때”

“법적으로 단속한다구요?”

“그렇지요. 지금은 직장 괴롭힘이라고 상사가 직원한테 막 일을 부려먹든지 하면 신고 당할 수가 있거든요. 고용노동부에 신고 당하면 큰 일 나지요”

“그렇습니까? “

“내가 이렇게 말해서 되겠는지 모르겠지만 선생 이마살이 많이 찌푸러져 있는 거 보니까 좀 힘든 것 같아 보여서”

“아, 아니요. 그런 건 아닙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이마를 문질러 보며 말했다.

“허허허, 아니면 좋구요. 하여간 공장에서는 좀 참고 견디는 게 필요되지요. 물론 자기 배짱도 좀 있어야 하구요.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면 되지요”

처음 공장에 다니는 것이어서 공장분위기에 익숙하지 못한 그는 그저 열심히 한다고 시키는 일은 꾸벅꾸벅 다 해왔다. 또한 어진 그 성격으로서 쉽게 누구와 맞서고 따지고 다투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주 성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한번은 반장한테 파이프 이바리(철관 절단 부적절로 인해 생기는 쇄 끄트러기)가 많아 보고하자 반장은 “그대로 떼어내”했다. “너무 많고 질겨서 떼어내기 힘든데요” 하자 반장이 아예 무시하고 돌아가길래 너무 화가 치밀어 “어디 성질은 개똥 같아서” 했었다. 물론 공장의 에어소음때문에 제대로 듣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이랑 같이 나와 있는가요?” 기사님의 관심 어린 말이었다.

“아니요. 혼자 나왔습니다”

“그럼 가족은?”

“와이프는 심양에서 출근하고 있습니다”

“왜 같이 안 나오시고? 혼자 있으면 고단할 텐데”

“공무원이어서 나오기 좀 불편합니다”

“애는 있겠지요?”

“예. 아들이 한 놈 있습니다”

“학교 다니겠지요?”

“예. 미국에서 유학중입니다”

“유학? 미국에서?”

“예. 미국 로스안젤스에 있습니다”

“혹시 아들 나이가 얼마지요?”

“스물 여섯입니다”

“스물 여섯이면 대학도 졸업했을 나이인데…”

“예. IT 쪽 박사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대단합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면 쉽지 않을텐데. 내 막내 딸이 미국에서 유학공부 했었는데. 비용이 이만저만 아니지요. 지금은 서울에서 게임회사 취직해 돈은 잘 벌고 있지만”

“예. 쉽지는 않지요”

“선생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요?”

“쉰 넷입니다”

“그렇습니까?” 기사님은 후시경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쉰 넷이라. 보다 젊어보이시군요. 난 예순 넷인데 마침 우리 열 살 차이군요”

“예. 기사님도 젊어보이십니다”

“허허허. 혹시 고향은 어딘가요?”

“할아버지 고향은 이북 정주이고 저는 중국 심양 태생입니다”

“이북 정주? 성은 무엇인가요?”

“김가입니다”

“본은 어디지요?”

“연안입니다”

“연안? 어허, 나두 본이 연안인데. 성은 이가지만. 그러니 우리 한 고향 사람이구만”

“그렇습니까?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참 반가워요”

… …

두 사람이 말을 주고 받고 하는 사이 택시는 어느새 고속도로를 벗어나 곧 공장 대문 앞에 도착했다. 즐거운 시간은 항상 빨리 흐르는 듯했다.

“벌써 도착했네요. 덕분에 잘 왔습니다”

그는 체크카드로 택시비를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연안 김선생, 힘 내세요!” 기사님은 오른쪽 차문 유리를 내리고 갓 떠나는 그를 보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몸을 돌리며 허리를 약간 구부려 보였다.

탈의실에 가서 작업복을 바꿔 입고 내려와 지문 출근 인증하고 작업장으로 들어가니 귀를 째는듯한 소음소리부터 들려왔다. 그는 반장한테 가서 인사하고 포장 자리로 가서 귀마개부터 꺼내 끼고 방진마스크 끼고 실장갑을 끼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50각 철관이 쉴 새 없이 밀려오고 올려오고 쌓이고 포장해졌다. 열 시 사십 구분, 늦으나마 하루 일이 또 시작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공장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바깥 의자로 나와 담배를 피는데 심양 동료가 와서 “왜 늦었어? 뭔 일 있었어?” 하고 물길래 그는 그저 “오, 은행에 볼 일이 좀 있어서” 했다.

“난 너 그만두는가 했다”

“그만두기는”

“버텨봐. 오래 있으믄 다 나아져”

그는 말없이 가볍게 웃어 보였다. 물론 버텨봐야지. 공장일이 낯설기는 하지만 반장이건 누구이건 사장이 아닌 이상 그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는 없었다. 이미 발을 내디뎠으니 일단 끝까지 해보는 판이다. 비록 중국에서 중점대학까지 졸업하고 지금 한국에서 공장 노동자일을 하는 것이 맘에 내키지는 않았고 힘도 들었지만 다른 사람 못지 않게 일을 잘 해보리라 맘먹고 있었던 것이다.

심양 동료는 담배를 피지 않는지라 바로 작업장 안으로 들어가고 그는 계속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휴대폰을 꺼내 보았다.

어허? 이거 뭐지?

NH스마트알림 앱을 여니 입출금 소식이 나타나는데 그중 출금 20800원, 그 위에 바로 입금 20800원이 보였다. 시간대를 보니 출금은 택시 값 지불한 것이었고 입금은 그후 이분 후의 것이었는데 출금정정으로 되어있었다. 택시 값이 도로 반환이 된 모양이었다. 노인기사가 잘못 터치한 것이 아닌가? 잘못 터치한 것이라면 다시 돈을 주어야 하는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영수증이라도 받아 놓을 걸. 택시에 관한 정보가 아무도 없으니 어디로 어떻게 연락하면 좋을지?

그렇게 한 주가 지나 다시 토요일이 되어 출근할 시름도 없어 휴대폰 알람을 끄고 아침 여덟 시가 되도록 푹 자고 깨어나니 말끔하고 상쾌한 기분 중에 어쩐지 다시 택시일이 떠올랐다. 주어야 할 돈인데 주지 못했으니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사실 없었던 일로 해버려도 무방하다. 택시 값을 지불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기사님이 잘못 터치했는지 금융시스템에 어떤 오류가 있었는지 하여간 자기의 잘못은 아니니 말이다. 게다가 많은 돈도 아니고 이렇게 신경 쓸 필요가 있겠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주어야 할 돈은 주어야 한다.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욕심내면 그 욕심에 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그것이 돈이든 마음이든.

“기연아, 너 그러면 절대 안된다. 가자”

그건 사 십여 년 전 그가 갓 소학교를 다녔을 때 일이었다. 마을에 사과 파는 마차가 왔는데 동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와 쌀을 가지고 바꾸었다. 그때 농촌에서는 그렇게 쌀을 가지고 물물교환이 가능했다. 그도 사과가 먹고 싶어 어머니한테 졸랐지만 어머니는 “지금 집에 쌀이 많지 않다. 좀 참구 이제 가을 끝나구 새 쌀이 나오믄 많이 사줄 게” 했다. 할 수 없이 그런대로 사과마차 옆에 가서 다른 사람들이 사과 바꾸는 것을 구경하다가 장사아저씨가 저울질하는 틈을 타서 몰래 사과를 두 알 훔쳐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자랑스러운 듯 어머님께 보여주며 “엄마, 나 사과 생겼어. 엄마두 하나 잡숴”했다.

“어디서 난? 누가 줜?” 어머님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어…그저….” 훔쳐 온 것이라 그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빨리 말해! 바른대로!”

“몰래 가져왔어”

“뭐!?”

어머님은 한참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쌀독 앞에 가서 바가지로 쌀을 조금 떠 담고 돌아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기연아, 너 그러면 절대 안된다. 가자”

어머님은 그를 끌고 사과마차 앞까지 가서 쌀 담은 바가지를 넘겨주며 “가서 이것으로 사과를 바꿔 와. 길구 너 주머니의 사과는 아저씨한테 도루 줘. 잘못했어요 하구” 했다.

“애야, 엄마 말 잘 들어. 아무리 먹고 싶어두 훔쳐선 절대 안된다. 우리가 아무리 없어두 우리 꺼 아닌 거는 절대 탐내서 안된다. 들었니? 자, 이거 할매한테 먼저 갔다 드리구 너두 먹어” 집에 돌아와 어머님은 그의 앞에 쭈크리고 앉아 말했었다.

후에 커서야 알았지만 그는 그것이 정직임을 알았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바람직한 삶이다.

그래, 어떻게 하든 택시 값은 돌려줘야 한다. 라디오방송국에 도움을 청해서라도 돌려주자.

그런데 방송국의 도움을 청하려 하여도 택시에 관한 어떤 정보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영수증도 없고 어떻게 하지?

맞다!

그는 문뜩 NH스마트알림 앱 출금정보에서 대방의 명칭을 보았던 것이 생각났다. 바로 휴대폰을 들어 앱을 열어보니 로카모빌리티라고 나타나 있었다. 로카모빌리티. 그는 다시 네이버 앱을 열어 로카모빌리티를 검색했다.

“로카모빌리티택시 분실물…삼성페이로 결제하고 나왔는데 로카모빌리티 택시 라고 결제가 되어 있네요. 혹시 결제 내역으로 택시 기사님 번호를 알 수 있을 가요?” 물음에

“로카모빌리티 택시로 나오면 캐시비에 문의하시면 됩니다. 1644-6001에 문의하셔서 결제한 카드의 카드번호 승차일자로 조회하여 탑승했던 택시의 차량번호 연락처를 알 수 있습니다…” 라고 답변한 것이 있었다.

옳지. 직접 물어보면 되는구나. 카드번호와 승차일자는 물론 다 알고 있는 것이니까. 중국에 있었을 때 처럼 방송국에 광고 내어 찾을 필요가 없겠구나. 

그는 곧 결제카드를 꺼내 놓고 1644-6001로 전화했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상담사 연결이 되어 자세하게 사연을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6월27일 택시 탔다가 결제카드로 결제를 했었는데 출금정정으로 지불되었던 돈이 도로 입금이 되었네요. 노인기사님이였는데 아마 잘못 터치해서 생긴 일 같습니다. 그 분께 다시 택시비를 지불해드리려고 문의하는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카드번호 지금 가지고 계십니까?”

그는 곧 카드번호를 읽어주고 날자 시간까지 알려주었다.

“예.  6월27일, 성정동에서 입장까지, 이 만 팔백 원으로 나와 있네요”

“그렇습니다. 이 만 팔백 원 맞습니다”

“지금 다시 결제가 가능은 합니다. 그런데 바로 결제하시려면 카드정보를 확인하여야 하는데 괜찮을가요? … 아니면 기사님께 고객님의 연락처를 드려 연락하여 직접 송금하도록 하셔도 되고요”

“그럼 저의 연락처를 기사님께 드리십시오. 제가 직접 송금하도록 하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그는 마음이 한결 후련했다. 마치 꼬였던 실 매듭이 확 풀린 것처럼 시원하고 상쾌했다.

“고객님 연락처가 기사님께 전달되었습니다. 기사님이 연락이 없을 경우 전화해 보시기 바랍니다” 

MMS메세지가 날아왔다. 택시 차량번호, 이용 날자, 결제시간, 요금액수, 연락번호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후가 되도록 기사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왜 연락이 없지?

그는 쓰던 글을 멈추어 파일을 보존하고 노트북을 접었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들고 메세지에서 베껴 낸 기사님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했다. 발송 버튼을 누르려는 참에 휴대폰이 울렸다. 번호를 보니 다름아닌 금방 입력했던 번호였다.

“안녕하세요, 기사님”

“안녕하세요. 김선생. 그간 잘 있었습니까? 출근도 잘 하시고요” 기사님의 말투는 여전히 친절하고 부드러웠는데 마치 손님이 아닌 옛 친구와 통화하는 듯했다.

“예. 덕분에 잘 있습니다. 그런데 기사님, 그 날 택시요금이 도로 반환되어 왔네요. 혹시 잘못 터치한 것이 아닙니까? 다시 지불해 드리려고 찾았습니다”

“네. 김선생두 참. 그건 잘못 터치한 것이 아니고 일부러 반환해 드린 건데…혼자 한국에 와서 얼마나 고생이 많겠습니까? 적으나마 힘이 될가 해서…”

“예?”

그는 갑자기 속이 울컥하며 눈물이 글썽해졌다. 한국에 와서 이렇게 따뜻한 말은 처음 듣는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택시를 이용했으니 값을 치러야 하는 거는 당연한 것입니다. 통장번호를 알려주십시오. 다시 송금해드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는데…내가 지금 연락하는 거는 김선생 목소리 듣고 싶어서. 아드님은 유학 잘 하구 있지요?”

“예. 다 잘 있습니다. 그런데 택시비용은 꼭 받아 주십시오. 아니면 제 맘이 편치 않습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통장번호를 알려주십시오”

“음…”

잠간 지나

“그래, 맘이 편치 않으면 안되지. 계좌번호 알려줄게요. 긴데 김선생, 오늘 토요일인데 출근하지 않지? 나두 오늘은 일찍 일을 마감하니까 저녁에 같이 식사합시다”

“고맙습니다. 긴데…”

“고맙기는 내가 더 고마워 해야지. 김선생같이 정직한 사람은 참 소중하지. 이건 내가 부탁하는 거네. 기사와 고객 사이가 아니구 우리 같은 연안 본 사람으로서 함께 식사하자구. 부탁이네”

“예…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선생님”

“그 쪽 주소 알려주십시오. 여섯 시쯤 도착할 거니까”

君不见黄河之水天上来,奔流到海不复还。

君不见高堂明镜悲白发,朝如青丝暮成雪。

人生得意须尽欢,莫使金樽空对月。

天生我材必有用,千金散尽还复来。

… …

통화를 마치고 그는 자기도 모르게 베이징오페라를 불러본다. 음은 어딘가 맞지 않고 어색해 보였지만 그런대로 쨍쨍하고 힘차 있었다. 두 눈에 맴돌던 눈물은 사라지고 이마 주름살도 조금 펴지는 듯했다. 

2022년 7월24일

한국 천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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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식회사 A-YO상사(Caraz) : 전심혁 사장
2. 전일화부동산협회: 金山張虎 회장 
3. 글로벌일통 주식회사: 권호군 사장
4. 주식회사 에무에이: 마홍철사장
5. 주식회사 아시안익스프레스: 리룡식 사장
6. 주식회사 G&T: 박춘화 사장
7. 주식회사 플램핫: 리승희 사장
8. 쉼터물산: 김정남 사장
9. 주식회사 베스트엔터프라이즈: 리성호 사장
10. 삼구일품김치: 리성 사장
11. 시루바포또 유한회사: 서성일 사장
12. 주식회사JCBC: 엄문철 사장
13. 동화(東和)솔루션엔지니어링구 주식회사: 최장록 사장
14. 마즈도향양양(松戸香羊羊): 권룡산 사장
15. 주식회사 타겐고시스템연구소: 김만철 사장
16. 주식회사 위츠테크놀로지: 전호남 사장
17. 주식회사 HANAWA: 리성룡 사장
18. 주식회사 아후로시: 上田一雄 사장
19. 주식회사 PLZ: 박금화 사장
20. 스튜디오 아키라: 변소화 사장
21. 카바야한방연구소: 로홍매 소장

1. 최우림 박사: 중국농업대학 박사, 전일본중국조선족련합회 부회장
2. 장경호 회장: 신일본미술협회 심사위원, 연변대학일본학우회 회장
3. 김광림 교수: 일본니가타산업대학교 교수, 일본도쿄대학교 박사
4. 리대원 회장: 재일장백산골프우호회 회장
5. 박춘익 사장: 주식회사BTU 사장
6. 리숙 사장: 주식회사미사끼(実咲) 사장
7. 최운학 회장: 일본훈춘동향회 회장
8. 구세국 회장: 재일조선족배구협회 회장
9. 박진우 본부장: 金子自動車 본부장 南越谷점장 국가2급정비사

일본조선족문화교류협회 계좌안내:
銀行名:三菱UFJ銀行 日暮里支店(普) 0554611
名義:一般社団法人 日本朝鮮族経済文化交流協会
【ニホンチヨウセンゾクケイザイブンカコウリユウキヨウカイ】

후원과 협찬에 관한 문의는  일본조선족경제문화교류협회 메일주소로 보내주세요.

메일주소:info@jkce.org

후원금과 협찬금은 입금을 확인한 후【一般社団法人 日本朝鮮族経済文化交流協会】명의로 령수증을 발급해드립니다.

[ 응모글 55 ] 길 by 최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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