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우리들의 사는 이야기 11] 고향의 어머니를 그리며 by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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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 윤련순, 음악편집 / 변소화

고향의 어머니를 그리며

글 / 박경옥

일본 히토츠바시대학 교정

아직 좀 싸늘하긴 하지만 봄이 다가오고 있다. 학생들은 아직 방학인지라 히토츠바시대학(一桥大学) 교정은 조용하다. 오늘도 나는 연구실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작업 – 책과 씨름하고 있다.

일본에 온지도 어언 21년이 넘는다. 대학을 금방 졸업하고 꿈에 부풀어서 도쿄 나리타(成田) 공항에 내린것이 어제 같은데… 힘겨운 나날도 많았지만 일본에 온 것을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러나 년세 많고 신체가 허약한 어머니가 아플 때,  이 코로나 사태에 찾아뵙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죄책감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심지어 내가 왜 여기서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도 많았다.

고향이라고 하면 나는 두살부터 대학 입학전까지 생활하던 연변농학원 (현재 길림직업기술학원)이 떠오른다. 말밥굽산 아래 들판에서 친구들과 뛰놀던 그 시절이 행복한 추억으로 잊혀지지 않는다. 넉넉하지 않은 생활형편이였지만 한가족 단란히 생활하던 그 나날들이 그립다.

소학교 5학년이 되던 해의 여름, 농기계(农机系)교원이였던 아버지가 간경화복수로 2년넘게 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떠나자 생활형편은 완전 달라졌다. 그때 어머니의 나이는 48세였고 대학 4학년생 큰 오빠와 중학교 2학년생 둘째 오빠, 소학교 5학년생이였던 나, 이렇게 세 아이를 어머니 홀로 키워야 했던 것이다.

당시 어머니는 정식공이 아니였다. 이곳저곳 청소일을 하는 수입으로는 생활을 지탱하기 어려웠다. 하여 대학생들을 손님으로 반찬장사를 시작하게 되였다. 감자볶음, 무우말랭이무침, 콩조림 등 집반찬을 당시 농학원 대학생들에게 한술에 인민페50전으로 팔았다. 수입은 많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생활은 유지되였다. 추운 겨울날 반찬들을 담은 큰 그릇을 머리에 이고 눈길에 미끌가봐 조심스레 걸어가던 그 뒤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너무나도 힘들게 우리 형제를 공부시키고 가정의 큰 부담을 혼자 짊어지고 아픈 소리 한마디 없이, 한번 몸 편히 쉬여본 적이 없이 그 시절을 버텨온 어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

힘들게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공부라도 잘하여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다. 과림계(果林系) 자습실이 나의 아지트가 되였다. 저녁을 먹고 혹은 주말에 시간이 나기만 하면 책을 읽는 것이 나의 일과였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언젠가는 나도 저기 큰 강단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도 되었다.

부지런히 책을 보았더니 성적도 좋아졌고 어머니한테 기쁨을 가져다 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또 하나의 시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구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대학지망을 안전하게 중국인민대학으로 적으라는 큰 오빠의 권고도 마다하고 북경대학에 지원을 했고, 결과적으로 594점의 높은 성적이였지만 아쉽게 낙방을 하여 제2지망이었던 장춘세무학원에 합격하게 된 것이였다. 너무 실망스러운 결과였지만 힘들게 생활해온 어머니를 생각하니 재수하여 다시 도전할 용기가 없었다.

실망한 자신을 원망하며 부정까지 하다보니 대학 입학후 성적은 엉망이였다. 나 자신을 잃은듯한 공허감으로 4년 대학생활을 보냈다. 그러다가 일본 테이쿄 대학(帝京大学)으로 류학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게 되었을 때 나는 이루지 못한 꿈을 새로운 천지에 가서 실현하고 싶었다. 어머니도 적극 지지해 주었다. 힘들게 나를 키워준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꿈을 실현하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살려고 오빠들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일본 류학길에 오르게 되였다.

유학초기 아르바이트하는 저자 (왼쪽)

일본에서의 학업길도 결코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고향선배(현재 남편)의 도움으로 명문대학인 히토츠바시 대학에 입학하고 힘든 과정이였지만 박사학위도 따게 되였다. 그 이후10년동안 애 둘을 키우며 여러 대학에서 비상근 강사를 하면서 연구는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하였다. 경제전업을 포기하고 돈도 안되는 조선족 역사를 일본에서 연구한다고 비난을 받을 때 있었지만 그 때마다 어머니는 흔들리지 말고   견지하면 언젠가는 주위의 인정을 받는다고 나한테 이야기 해주곤 하셨다.

그런 결과들이 모여져 올해 4월부터는 모교인 테이쿄대학 경제학부에서 준교수로 근무하게 되였다. 긴 여정이였지만 항상 밀어주시고 고무격려해주시던 어머니의 말들이 나의 정신적 버팀목이였다.

항상 강하고 꿋꿋하게 살아오신 나의 어머니, 년세가 드시면서 그 강함이 약해진 듯 싶다. 전화만 하면 언제 집에 오냐고, 괜히 일본에 보냈다고 넋두리 하신다. 지금 나의 가장 큰 소원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하루빨리 고향에 가서 어머니 손을 잡고 싶고 맛나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싶다. 너무나도 평범한 소원이 현재는 가장 사치한 소원으로 되어 버렸다.

2015년에 출판한 저서

사랑하는 어머니, 제가 고향에 갈 때까지 부디 건강하게 있어주세요. 딸이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2022년 3월 11일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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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주식회사 아후로시: 上田一雄 사장
19. 주식회사 PLZ: 박금화 사장
20. 스튜디오 아키라: 변소화 사장
21. 카바야한방연구소: 로홍매 소장

1. 최우림 박사: 중국농업대학 박사, 전일본중국조선족련합회 부회장
2. 장경호 회장: 신일본미술협회 심사위원, 연변대학일본학우회 회장
3. 김광림 교수: 일본니가타산업대학교 교수, 일본도쿄대학교 박사
4. 리대원 회장: 재일장백산골프우호회 회장
5. 박춘익 사장: 주식회사BTU 사장
6. 리숙 사장: 주식회사미사끼(実咲) 사장
7. 최운학 회장: 일본훈춘동향회 회장
8. 구세국 회장: 재일조선족배구협회 회장
9. 박진우 본부장: 金子自動車 본부장 南越谷점장 국가2급정비사

일본조선족문화교류협회 계좌안내:
銀行名:三菱UFJ銀行 日暮里支店(普) 0554611
名義:一般社団法人 日本朝鮮族経済文化交流協会
【ニホンチヨウセンゾクケイザイブンカコウリユウキヨウカイ】

후원과 협찬에 관한 문의는  일본조선족경제문화교류협회 메일주소로 보내주세요.

메일주소:info@jkce.org

후원금과 협찬금은 입금을 확인한 후【一般社団法人 日本朝鮮族経済文化交流協会】명의로 령수증을 발급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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