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메모리]여자 혼자서 이사를 하다…/해바라기 2003.10.18발표

쉼터에 기록된 삶의 이야기
쉼터는 2002년부터 일본에서 생활하는 조선족들의 삶의 기록과 온라인 교류장소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그때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2017년, 드디어 그동안 기록된 산더미같은 이야기들중에서 아직까지 우리들의 삶에 즐거움과 힘이 될 수 있는 보물같은 기록들을 정리하여 공유하는 프로잭트를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응원과 지지 부탁드립니다.

원제목:여자 혼자서 이사를 하다…

작성자:해바라기

발표:2003년10월18일

발표장소:쉼터 일본체험수기

이사를 하게 되엇다.

또???

나 자신도 이사라 하면 진저리가 난다. 이사를 디개디개 하기 싫어하는 성격인데 일본에 와서 디개디개 이사를 자주 한다.

아루바이트 하던 곳의 덴쬬이름으로 집을 맡앗는데 가게를 그만두게 되자 집도 바꾸란다. –.–

일본사람들, 변덕스러운 일본날씨와 같이 카멜레온이라 하더니 이번달안으로 바꾸면 된다던것이 갑자기 사흘안으로 방을 빼란다. 이런~이삿짐센타에서도 예약햇던 날자와 틀리 갑자기는 어떻게 해볼수 없다는 결론 이 나왓고, 친구들도 학교가 쉬는 날이 아니라 도움을 청할수가 없엇다.

바이트가 끝나면 집에 앉아서 짐을 묶엇다. 생각외로 짐이 많앗다. 그렇게 하다 말고 바이트 시간이 되면 다시 푸시시한 모습으로 일하러 나갓다가 끝나면 또 짐을 쌋다. 짐을 싸다가 너무 졸리면 쪽잠을 자고…

짐은 그럭저럭 묶어낫는데 문제는 짐을 나르는것이엇다. 다행이도 일층에서 이층으로의 이사엿다.

하지만, 2층이라고 깔볼게 아니엇다. 계단은 바깥으로 놓여잇어서 한번에 많이 가져갈수도 없엇고…

그날따라 비가 구질구질 왓다. 비 오는 날에 여자 혼자서 이사를 하다니…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엇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어찌나 미끄러운지 절반쯤 올라가다가 갑자기 물주전자가 와르랑창창~떨어지더니

삐그덕~하고 나도 보기좋게 벌러덩~넘어졋다. 울지도 못하고…내 꼴이 어찌나 우습던지…주전자 주을 생각 없이 넘어진채로 깔깔깔 웃어댓다. 자전가 타고 지나가는 머리 텁숙한 남자인지 여자인지 성별구분이 쉽게 안가는 어떤 사람이 자꾸 히쭉히쭉 뒤돌아보는것이엇다.이~씨, 보긴 뭘봐, 너보다 잘낫어…

그렇게 1층에서 2층으로 끼엉끼엉 올라갓다, 다시 2층에서 1층으로 씨엉씨엉 내려갓다, 다시 1층에서 2층 으로 끙끙 올라갓다 나중엔 2층에서 빈 손으로 내려오는것도 터벅터벅…도저히 내 다리인지, 내 발인지 말을 들어주지 않앗다. 20번정도는 더 올라갓다 내려갓다 햇겟지? 이사짐을 다 나르고나자 비가 뚝 멈추고 해빛이 쨍쨍 내리쬐엇다. –.– 격분햇다.

아싸~내가 장군의 딸인갑다…대단하네~문앞에까지 올때만 해도 으쓱햇던 어깨는 문을 열자마자 다시 축 늘어졋다. 집안이 아주…수라장이엇다. 당금이라도 쓰러져서 잘것만 같앗는데, 전신의 힘을 풀고 엎어져서 눈을 간스레하게 뜨고 보니, 이 수라장가운데서 도저히 잠을 잘수가 없엇다.

자지 말고 정리해? 헉, 내가 미쳣어? 근데 저대로 두고 자? 그럼, 자야지. 정말 두고 잔단말이야? 자구말구, 이틀동안 못잣는데…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결국은 후닥닥 일어낫다. 그래, 하던바에 마저 하자. 한번 죽지 두번 죽겟냐…

카텐을 활짝 열어젖히고, 음악소리 크게 해놓고 옷은 옷장으로, 우리 귀여운 곰돌이친구들은, 내 잠자리곁으로. 어? 한놈이 모자라네? 정신없이 뒤졋더니 책속에 깔리워 낑낑거리고 잇엇다. (낑낑거리고 잇엇다? ㅋㅋ)

그넘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어서 칭구들곁에 앉혀놓고…다시 여기 물건을 저쪽으로 저기 물건을 이쪽으로…

자기야 전화받어.전화벨 소리가 울렷다. ㅎㅎㅎ. 전화벨소리만 들으면 웬지 기분이 흐뭇해난다. 자기래. 쿄쿄쿄. 근데 자기가 어딧어? 키득키득…마침 칭구한테서 전화왓다. 당장 와. 나 지금 큰일 낫어!

잘려고 하는데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꼬르륵…하면 귀엽기나 하지. 꾸르륵 꾸르륵륵…장난이 아니엇다. 그러고보니 아직 한끼도 먹지 않앗구나.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물을 끓엿다. 컵라면에서 물물 나는 김을 보니..
갑자기 왜 그렇게 감동되던지. 감동이엇을가? 아님 섧엇을가? 눈물이 왈칵 쏟아졋다. 그러건 말건 끼억끼억 하면서 눈물이 뚤렁뚤렁 떨어진 컵라면을 정신없이 먹엇다. 컵라면이 그렇게 맛잇을줄이야…

허겁지겁 칭구가 달려올땐 난 이미 지쳐 깊은 잠에 곯아떨어졋고, 친구가 집을 몇번이고 두드려서야 난 푸시시 일어났다. 내가 오라 해놓고 잠결에 왜 왓냐고 화를 내더니 다시 가서 자더란다…–.–

얼마나 잣을가. 자는 시간동안 나는 또 한번 이사를 햇다. –.– 꿈에서 글쎄 짐을 다시 1층으로 옮기란다.

이런~…꿈속에서 난 내내 짐을 올려갓다 내려갓다 햇엇다.

눈을 뜨니 친구가 야리꾸리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며 히죽히죽 웃고잇엇다.

<<너 헛소리 치더라? 뭐라 한줄 알어?>>

<<왜 그케 웃냐? 내가 어떤 남자이름 부르던?>>

<<남자소리 좋아하시네. 왜 또 이사 해야 되냐구. 이사 안하면 안되냐구 그러더라? 그것도 일본말루.>>

ㅎㅎㅎㅎ. 하하하하.
–.–
눈물이 핑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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