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고토구 카메이도(江東区亀戸)에서 또 하나의 조선족 동네가 탄생했다. 카메이도 동네는 우끼마동네(北区), 닛보리동네(荒川区), 타카시마동네(板橋区)에 이어 네 번째로 만들어진 조선족 지역공동체이다.
지난 6월 30일, 가메이도 스이진 집회소(亀戸水神地区集会所)에서 열린 카메이도동네 설립 및 도쿄샘물학교 카메이도 교실 오픈식에는 일본조선족 지역사회 만들기의 선구자이신 이용식 대선배님,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 발전기금회 김광림 이사장님, 도쿄샘물학교 전정선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많은 지역주민과 어린이들이 참석해 기념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
지난 3월 24일, 이화 촌장은 카메이도동네를 만들기 위한 이사회를 소집하여 설립 목적과 슬로건을 ”교육 교류 건강 민족 문화 전통“으로 명확히 정하였다. 또한 이화 촌장을 비롯한 부촌장, 감사, 집행위원장, 회계 등 5명의 운영진을 선정하여 탄탄한 운영틀을 마련하였다.
공식 출범식은 집행위원장 강경태씨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촌장 이화씨는 길림성 룡정 출신으로, 현재 인도네시아, 미얀마인들을 일본기업에 연결해주는 인재소개업을 하면서 조선족 음식을 판매하는 물산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동네에 사는 엄마들과 육아 고민을 나누고 아이들을 돌봐주면서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주민들과의 소통과 협력이 동네 설립의 계기가 되었다고 하면서 “카메이도 지역의 조선족 가족을 위한 아담한 쉼터 및 배움터로 잘 이끌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강경태 집행위원장은 슬로건과 로고 마크를 선보이며, 서로 고향 출신은 다르지만 카메이도동네를 매개로 하나로 뭉쳐 아이들의 교육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탁구 등 각종 스포츠 활동을 통해 건강을 챙기고, 우리의 다양한 전통문화 행사를 통해 지역주민들과 교류하며 우정을 돈독히 해 나갈 것이라는 비전을 밝혔다.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 발전기금회 김광림 이사장은 니가타(新潟)에서 신칸센을 타고 무려 3시간을 달려 이번에도 빠짐없이 행사에 참석하셨다. 그는 일본조선족의 새로운 풀뿌리(草根) 단체인 동네 발전을 위해 ‘이용식기부금’에서 후원금 5만엔과 니가타의 특산품을 전달하면서 카메이도동네의 출발을 축하하고 동네 화합과 번영을 기원하였다.
우끼마동네 촌장이자 지역활성화 위원회 이일남 위원장은 카메이도동네 설립을 축하하며 “예로부터 멀리 사는 가족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듯이, 상부상조하는 동네 문화가 참으로 정겹다”고 하면서 “앞으로 동네들 간에 더 많이 교류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쳐가자”고 의지를 밝혔다.
도쿄샘물학교 전정선 교장은 2019년부터 샘물학교 학부모 대표로 모든 행사에 솔선하여 힘써 준 이화 촌장과 일심전력으로 내조하는 남편 강경태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교실이 없어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메이도 교실이 개설되어 너무 뿌듯하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동네문화 활성화와 함께 차세대 어린이들에게 우리말, 우리글, 우리문화 교육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희망을 전했다.
일본조선족 지역사회 만들기의 선구자이신 이용식 대선배님은 자랑할 만한 건 나이밖에 없다고 유머를 섞어가면서 “우리가 일본 땅에서 조선족의 문화전통을 오래오래 지켜가면서 뿌리를 내리고 대를 이어 길게 살아 나가려면 다같이 모여서 사는 새로운 고향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지역사회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또한 “차세대교육과 우리 조선족의 풍요로운 터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네 모임을 자주 가지면서 서로 얼굴을 익히고 이웃끼리 도우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는 올해에도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에 지역사회형성과 전통문화 발전기금으로 지속적인 후원을 해주신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이도동네 출범식 순서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함께 모여 물만두를 빚으며 화기애애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사전에 준비된 재료로 물만두를 빚는 동안, 이화 촌장과 몇몇 주민들은 푸짐한 점심상을 마련했다. 고사리 볶음, 미꾸라지 무침, 잡채, 찹쌀 순대…등 고향에서 조달해온 소중한 식재료로 정성껏 마련한 우리 전통 음식들이 상에 올라왔다. 전날 밤늦게까지 음식준비에 정성을 다했다고 한다.맛있는 고향 음식을 맛보면서 친목을 다지는 시간들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우정을 깊게 하는 소중한 순간이 되었다.
진수성찬을 즐기며 카메이도동네 가족소개가 이어졌다. 현재 카메이도 동네에는 약 12세대가 살고 있는데, 주된 연령층은 30-40대의 육아세대이다. 이들은 인재 소개, 교육, IT, 금융보험, 회계사, 부동산, 약국 경영, 건축회사 경영, 음식점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이화 촌장이 만드는 동네를 응원하기 위해 치바현 마쓰도(千葉県松戸)와 키바(木場)、니시닛보리(西日暮里) 등 타지역 가족들도 함께했다. 한국과 일본 국적의 아빠들도 동참하여 글로벌 동네모임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 참석자는 “새로운 동네가 설립되어 허전하던 마음 한구석이 채워진 느낌이다. 앞으로 이곳에서 우리 조선족 공동체가 더욱 단합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메이도 동네
카메이도 새 동네 조선족 동네
남녀노소 들리고 싶은 아담한 동네
어린이들 마음껏 뛰어 놀 수 있고
우리 글을 배울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
타향살이 힘들 때마다 가고 싶은 동네
지친 마음 위로해 주는 카메이도 동네
함께 웃고 함께 즐기는 아담한 동네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보금자리
이번 카메이도동네 설립으로 더욱 커진 도쿄 내 일본조선족 공동체는 가일층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활동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과 문화를 지켜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화촌장이 이끄는 카메이도동네가 어떻게 발전해 갈지 주목된다.
아래 사진묶음은 카메이도 동네 가족사진과 손수 만든 음식사진입니다.
글 / 이정희 기자
사진 / 카메이도동네 부촌장 도성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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